우리나라에서는 인식이 적어 전시회 가면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작품 설명하는 가이드 인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전시 해설을 전담하는 것은 큐레이터가 아닌 도슨트.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전시물 수집과 관리 및 연구, 전시 기획을 하는 종합적인 업무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런 탓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기본이고 전시물로서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특정 테마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예술적인 감각, 거기에 보유하지 못한 전시물을 수배해 끌어올 수 있는 인맥과 정보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술관의 영업사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박물관에서는 학예사라는 표현도 쓰인다.
대관 전문 갤러리가 아니라면 좋은 작품을 택하여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경매에서 다른 수집가나 큐레이터들과 경쟁하거나 원소유주에게 적절한 가격에 사들이거나 기증해달라고 사정하는 등 득템 역시 쉽지 않다. 박물관 소속 큐레이터라면 발굴까지 추가되며 수집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손상된 부분의 복원이나 연구 등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시 디자인의 개념이 생소하여 전시 디자인 또한 큐레이터의 몫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온갖 관련 상품을 사모으고, 전시하며 해당 상품에 관련된 것을 꿰고 있는 오덕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어지간한 덕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예술 작품, 유물 덕후.
- 큐레이터의 현실
아직 한국에는 계약직이 많은 편이라서 고용 안정성에 있어서는 좋지 못하다. 정규직이 되어도 업무 강도 대비 임금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30대 중후반 즈음 그만 두는 사람이 많다. 특히 예술계 특성상 인맥과 연륜을 중요시하는 풍도가 있어 최소 수십년 정도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큐레이터로서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들고 경력을 이어 나가기 위한 인내력과 자금이 상당히 요구 된다. 군소규모 갤러리의 경우 월 130~150만원대로 열정페이 수준이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함께 일하는 덕업일치의 특성으로 직무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번에 뽑는 T.O는 많았어도 그 숫자가 많았고 인력 순환이 원활하게 되었기 떄문에 노력하면 학부 출신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국립과 공립의 대다수 계약직 연구원들이 정규직화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 들어오려는 지원자들과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열악한 환경에서 몇배나 더 힘들어져버렸다. 메이저 국립박물관 같은 경우 기간제 연구원을 한명 뽑는데 100:1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2020년 2월 국립항공박물관 정규직의 학예연구원 필기시험은 2명을 뽑는데 203명이 응시했다.
국공립박물관/미술관의 경우 나랏돈으로 운영되니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탄탄대로처럼 보이겠지만 소수의 정규직 학예언구사를 제외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인문학계의 3D업종. 태생부터 박물관은 수익시설이 아니라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법에 따르면 박물관과 미술관은 일반 공중의 사회 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 박물관으로 공인된 시설은 수익사업을 하는데 제한을 받으며 입장료 기준에도 암묵적인 제한을 받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상설전시 입장료를 인상시키면 곧장 지역 카페와 노인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민원부터 날아오고, 군소규모 박물관/미술관들은 근근히 오는 방문객 마저 끊길까봐 인상을 고려조차 못하고 있다. 결국 얼마되지 않는 국가지원만 바라보며 꾸려야하니 가장 만만한건 인건비이다.
- 큐레이터 되는 법
관련 정공 학위와 한문 해독 능력과 외국어 능력 등이 요구 된다. 일부 기관은 토익 점수를 내라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공인 외국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아무튼 영어 외의 제 2외국어 구사능력은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박물관에서는 한자 해독능력, 일본어 구사자를 선호하고 미술관에서는 영어+독일어, 프랑스어 등 제 2외국어 능력자를 선호한다. 특히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업무분야 특성상 영어를 못하면 애초에 진입이 불가능하다.
전공은 역사학(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 미학, 역사교육학, 예술학, 문화재학, 박물관학, 민속학, 인류학, 순수 미술 등이 있으며 박물관의 특성에 따라 자연과학, 건축공학, 디자인 전공자들을 찾기도 한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국립박물관의 기본 연구원부터 석사학위는 필수라고 보면 된다. 국립박물관 연구원의 채용기준이 석사 또는 3년이상의 학예경력 (3급 정학예사)이다. 지자체 학예사는 학위보다는 정3급, 준학예사 자격을 필수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막론하고 특히 해외 서구권대학의 미술사를 비롯한 큐레이팅 관련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매우 선호한다.
국립기관과 서울시에서 뽑는 학예연구사의 경우, 서류 평가와 필기시험, 면접을 거쳐 뽑는다. 전공과 학위 논문이 해당 박물관/미술관의 채용 직군과 맞아야 하며 전공과 경력이 불일치하거나 일정 레벨을 넘지 못하면 면접에 붙을 수 없다. 국립과 서울시의 면접은 과거보다 더욱 강화되어서 면접은 악명 높다고 한다. 나머지 지자체는 결격사유가 없으면 오직 시험으로 1등만 뽑는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지역제한이 있어서 당장 2020년 공고까지 광역지자체에서 고향사람이 아니거나 살지 않는 사람이 응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최상위 미술관은 특성상 필기시험 없이 오로지 경력채용을 진행한다.
요약하자면,
-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곳이 박물관인지 미술관인지 지자체인지 연구기관인지 목표를 설정하자. 또한 국립기관인지 사립기관인지 공공기관인지도 살펴볼 것. 채용하는 곳에 따라 요구하는 자격이 너무 다르다.
- 박물관 또는 미술관 관련 석사 학위 이상은 반드시 취득하여야 한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정하는 경력인정대상기관에서 실무경력 최소 2년 이상 쌓아서 정3급 자격증을 취득할 것. 스펙인플레가 너무 심해져 정3급을 취득해도 국립 기간제 뚫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자격증을 활용하기보다 그것을 취득하기 까지 스펙업이라고 생각하자.
- 국공립박물관 및 미술관, 문화재청 산하 연구소, 지자체 등 공무원으로서의 학예연구사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기관에서 요구하는 전공과 필기시험 과목을 준비해야 한다. 학예연구사 시험을 위한 별도 입시학원은 아직 없으며 기출문제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오로지 본인의 노력과 정보력에 의존하여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각 기관이 요구하는 인재와 채용형태는 천차만별이니 타겟설정을 잘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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